성남 모란민속시장 상인들, 거리로 '자율권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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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8-04-05 09:29본문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지난 4일.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5일장인 성남모란민속시장은 텅텅 비어있었다. 상인 300여명은 이날 장사를 포기하고 5일장이 서는 모란시장에 모여 대형 확성기를 단 차량을 뒤로 하며 성남시청까지 도보로 이동하면서 시장 운영과 관련, 성남시의 일방적인 일처리를 성토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남시청 광장에 모여 집회를 열고 “불공정한 계약을 파기하고 상인회 자율권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이중보상자 색출, 비회원 장터 입점 반대, 자리재배치, 고객주차장 확보, 전통시장 등록, 상권활성화재단 해체 등을 요구했다.
전성배 회장은 “성남시가 시장 이전과 관련해 상인회와 약속했던 부분들을 이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일처리를 하고 있는데 장사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다”며 “28년간 한자리를 지켜 온 상인들을 무시하는 처사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집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의 주차장 부지에 모란5일장이 이전하여 운영된 지 40여일이 흘렀지만 운영주체인 상권활성화재단측과 상인들의 실랑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장 입구부터 음식점이 들어선 끝 지점까지 전체 지역을 놓고 고객들의 이동 동선에 따라 영업 이익이 확연히 달라지기에 상인들은 당연히 초입세를 선호한다. 이에 시장 운영자는 상인들과 논의를 통해 이를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이다.
하지만, 모란5일장 운영 주체인 성남상권활성화재단은 이런 기본적인 법칙을 무시하고 법과 규정에 의존해 일괄적으로 영업장소를 지정하면서 상인들과 상인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왔다.
실제, 모란시장이 새 터전으로 옮긴지 30여일이 지난 3월 24일 토요일. 휴일과 함께 지상파 방송을 탄 모란시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시장 입구에서 5~6명이 인절미를 즉석에서 썰어 파는 매대부터 이를 구매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면서 들어서기 조차 힘들었다. 칼국수, 팥죽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이 늘어선 구역은 통로가 좁아 마치 가족단위로 모란시장을 찾은 사람들과 겹쳐 종종 걸음으로 겨우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또한, 배수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바닷물이 내포하고 있는 수산물을 판매하면서 흘러내린 폐수가 고여 사람들의 행보를 더디게 하고 아예 생각도 조차 할 수 없는 부족한 주차장과 예년과 같이 파라솔에 의지해야 하는 상인들 등을 지켜보며 시장 현대화가 이뤄졌다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그나마 곳곳에 설치된 화장실과 하수 및 수도시설이 되어 있어 이전보다 좋아 졌구나 생각외 기존 시장과 별반 달라진게 없다는 것이 시장을 다녀간 대다수 시민들의 생각이다.
전성배 회장은 “이재명시장 임기 전에 현대화 사업을 급하게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바람에 주차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현대화라고는 하지만 장소만 옮겼을 뿐이지 콘텐츠는 그대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시장을 찾는 많은 이들은 “모란시장 상인들의 분노는 자생적으로 태생된 모란5일장에 대해 관이 주도하여 시장을 통제하려는 시도에서 그 출발점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며 “시장은 상인들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관은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돕거나 제제하는 것이 올바른 방안이다”고 입을 모았다.
최영록 기자 /cyr56@naver.com